내면에 몰입감과 혼란스러움 가득했던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장편이 아닌 단편 모음집이라서 그런지 각 단편소설마다 그런 감정을 느껴서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거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의 표지도 인상 깊어서 좋았고, 검색해 보니까 혼모노는 ‘진짜’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ほんもの’를 사용하여 만든 신조어라고 하는데,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다. 저자 인터뷰에서 본 내용인데, 또 다른 의미로는 온라인에서 일본 문화에 심취하신 분들을 조롱하는 뜻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는데, 사실 개인 취향 존중한다는 내 마인드에서 굉장히 어렵다고 느껴지는 단어였다. 

사실 소재 또한 일반적으로 '비정상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그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비정상적이면서 묘한 심오함이 계속 나를 붙잡았다. 솔직히 이 정도 몰임감이면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지만, 나의 정신적인 피로감을 덜기 위해서, 그리고 휘몰아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출퇴근길을 활용해서 읽었다. 하루는 2 챕터 읽고, 어느 날에는 3 챕터 읽고 이런 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편소설집이 좋지 아니한가. 물론 그만큼 몰입도가 있는 소설이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유 있게 읽는 게 좋다. 

각 단편 소설별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책 타이틀인 [혼모노]는 실체가 불분명한 장수할멈이 깃들어야만 진짜 무당이 되고 다른 사람은 가짜가 되는 문수와 신애기의 이야기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잘못을 저질러 대중의 질타를 받는 영화감독과 그를 추종하듯 좋아하는 팬클럽의 이야기 / [스무드]는 재미교포 3세인 주인공이 처음 한국에 방문했다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시위대 행렬에 섞이는 이야기 /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은 남영동 대공분실의 초창기 건축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인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공포 소설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우호적 감정] 부장급 인물이 젊은 세대와 한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 [잉태기] 할아버지와 엄마에게서 삶을 강탈당한 딸의 이야기는 마치 "폭삭 속았수다"의 영범이와 같았고, / [메탈] 고교 시절 세 친구의 우정을 다룬 청춘 단편소설이다. 


 

표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야생의 본능을 상실한 호랑이는 무기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미약하게 그르릉거리는 순간도 있었으나 사육사가 고무망치로 앞발을 내리치자 금세 잠잠해졌다. (…)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혼모노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이것은 나와 저 애의 판이다. 누구의 방해도 공작도 허용될 수 없는 무당들의 판이다.
(…) 이제는 내 차례다. 수박도 쩍 갈라놓을 만큼 밤새 매섭게 벼려놓은 칼날이 살갗에 닿고 신경을 지난다. 나를 보는 신애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미 입안에서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니까. 하지만 중요치 않다.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
여재화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구보승은 화색을 띤 채 말을 이었다.
빛이 공간의 형태를 드러내 조사자에게 두려움을 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무력감을 안길 거라고.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우호적 감정 

사람들과 섞여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다 딤섬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얇은 피가 터지며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서로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고 술잔을 채워주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정이 흘러넘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그 안에서, 
나는 뜨거운 딤섬을 차마 삼기지도 뱉지도 못한 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잉태기

시부의 말처럼 나 정말 미친 게 아닐까. 미쳐서 손윗사람에게 부려서는 안 될 표독을 부린 게 아닐까. 도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게 아닐까. 그의 말처럼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내 아이에게 지게 한 건 아닐까. 그런데…… 내가 미쳤다면, 정말 미쳤다면 무엇이 나를 미치게 한 걸까.

 

메탈

잊고 싶었지만 깊숙이 잔존해 있던 여러겹의 기억. 귓가로 흘러들어와 온몸을 한 바퀴 훑고서도 빠져나가지 않던 격렬한 열기.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두려워하지 않고 한길을 내달리고 같은 꿈을 꾸던 소년들……

 


추가적으로 최근에 진행한 성해나 작가의 인터뷰한 기사인데, 슬그머니 링크 공유해본다.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조금이나마 작품 이해하는데 도움도 되고, 작품을 더 즐길 수 있으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

 

성해나, 삶을 속단하지 않고 신중하게 보는 마음 | 예스24 채널예스

넷플릭스보다 성해나의 책. 『혼모노』를 읽은 뒤 박정민 배우의 이 추천사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ch.yes24.com

 

 
혼모노
작품상 수상작 수록 작품마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서늘한 서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어가고 있다 평가받는 작가 성해나가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선보인다. 성해나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선정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
저자
성해나
출판
창비
출판일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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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관련된 서적을 읽고 이 글을 쓰기까지 약 1달 정도 지난 거 같은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임이 틀림없다. 책 중간마다 표시된 마크들이 없었으면 이 책을 완전히 읽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최근에 "뇌과학" 관련 서적들을 많이 구매했는데 연관성은 1도 없는 것이다. 오는 소개하는 책과 같이 부정적인 마인드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하게 하는 뇌과학이 있다 하면, 다른 책은 정체성의 발견이나 사회이슈에 대한 인식과 변화에 관련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우선 스포한 것처럼 오늘의 뇌과학 책은 "부정적 잠재의식에 맞서는 긍정의 뇌과학"에 대한 글이다. 

이 글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식이라는 것이다. 알고는 있으나 쉽게 수용하지 못하거나 직접적으로 응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를 알고 이해해야지 우리가 아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이야기로 초장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뇌 속의 네 가지 감정 시스템 중 하나가 잠재의식이고, 그 외 나머지는 다른 감정 시스템인 걸 알고 있는가? 그 말은 즉 잠재의식 또한 그냥 만들어진 하나의 감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감정 시스템이라면 무의식과 의식으로 나눠지고, 우리가 무의식적인 것과 의식적인 방면에서 더 디테일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이 책은 여전히 난 알고만 있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난 책 구성이나 챕터들을 다시 읽으면서 복기하고자 한다. 

 

<표지>

 

 

감정 시스템은 행동의 '동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동기를 경험한다.
또한 감정이 자동으로 '표현'되도록 한다.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주 자동적이어서 의식적으로 완전히 통제하기가 힘들다. 

 

의식적으로 결정 내리기 

1. 자신이 의식적으로 원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소리내어 말해보라.
2. 결정에 중요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구하라. 
3. 두 선택지 중에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훨씬 좋은 제3의 대안을 간과해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새로운 방향도 고려해라.
4. 가장 최상의 대안이 명확히 눈에 보이도록 표를 만들어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5. 다른 사람들과 상의하라.
6. 무조건 '최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이는 잠재의식이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7. 결정은 종종 일련의 결과를 동반한다. 
8. 결정이 긍정적인 자아상, 자신감,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지 점검해 보라. 
9. 압박감에 떠밀려 결정하지는 마라.
10. 어떤 경우에는 결정을 얼른 실행에 옮겨야 더 한갓진 상태가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라. 

 

한 가지 사실을 의식하면 이런 문제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상대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립적으로 행동해야 해야 한다. 서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려고 노력하는
파트너들은 행복하다. 우리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상대의
질문에도 대답해줘라, 그러면 상대의 삶도 더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다고 늘 길고 장황하게 대답해 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자신의 개인적 견해가 철저하게 이성적 숙고의 산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견해는 늘 잠재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운동 부족, 포퓰리즘 추종 등 우리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견해라 해도 상관없이 그런 영향이 나타난다. 

 

힘들었던 일을 기분 좋게 정ㄹ이해버리고 싶다면, 힘들었던 시기에 있었던 긍정적인 일들을 의식적으로 돌이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가 가진 긍정적인 일들을 의식적으로 돌이켜보면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위기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들을 알아차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위기를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을 견딜 힘이 있었다는 것, 다른 사람이 그렇게 비열하게 굴어도 똑같이 앙갚음해주지 않았다는 것 등을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힘들었던 삶의 한 장을 더
수월하게 마무리하고 그 시기를 흥미로운 인생 여정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정신 건강과 행복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뇌가 "NO"라고 속삭일 때
널리 쓰이지만 정작 그 의미는 미궁인 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잠재의식’이다. 생각이나 행동의 동기를 설명(혹은 변명)하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의식이 왜 생겨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에 담겨 있는지 DNA에 새겨져 있는지, 프로이트의 ‘무의식’과는 어떻게 다른지, 근본적으로 그런 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지 등등.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21세기의 뇌과학자들은 어설픈 추측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저자
슈테판 쾰쉬
출판
뜨인돌
출판일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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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것처럼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자다르에서 버스를 타고 장시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도시의 공기는 따뜻했고, 주변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숙소는 아드리아 호텔. 바다와 가까운 올드타운 쪽은 아니었지만,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전망이 멋지다는 후기를 보고 선택했던 곳이다. 늦은 시간 도착했지만,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면서 두브로브니크의 야경을 처음 마주한 순간, 이 선택은 꽤 괜찮았다고 느꼈다. 도시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바다는 고요하게 윤슬을 품은 채 꿈을 꾸는 듯했다.

 

아드리아 호텔과 전망

 

호텔 아드리아 · Radnička ul. 46, 20000, Dubrovnik, 크로아티아

★★★★★ · 호텔

www.google.co.kr

 

 

🏰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 & 로브리예낙 요새, 중세의 시간 위를 걷다

다음 날, 호텔에서 조식을 즐기고 나서 도보로 성벽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오전 10시 전에 올드타운 방향으로 걸어 나섰다.
숙소에서 약 25분 정도 걷는 거리였지만, 경사가 있는 지형과 중간중간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에 있는 현지인들의 주거하는 곳 또한 큰 나무와 관리 잘한 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한 몫했다. 오전부터 해가
너무 뜨거워서 선글라스와 양산을 열심히 쓰고 다녔음에도 몸이 축 처졌다. 그렇게 올드타운의 입구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걷는 그 순간,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로 쌓아 올린 성벽들, 그 안에 자리한 붉은 지붕의 집들, 고풍스러운 골목골목이 모두 완벽하게 살아 있는 역사 같았다. 너무 색다른 풍경에 감동받았다. 

 

 

성벽 투어는 도미니크 수도원 근처 입구에서 시작했다. 입장권을 사전에 온라인으로 패스 구매했기 때문에 입구 측에 지키고 있는 사람에 패스 티켓 보여준 후 입장했다.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발아래 펼쳐진 두브로브니크의 전경은 감탄 그 자체였다. 붉은 지붕이 촘촘하게 깔린 도시 너머로 짙푸른 아드리아 해가 반짝이고 있었고,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은 또렷하게 도시를 감싸주고
있었다. 걷는 내내, 성벽 아래로는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가는 모습이 보였고, 반대편으로는 절벽 아래 펼쳐진 망망대해 위에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거나 바위에 누워 태양을 만끽하고 있었다. 햇살이 바다 위에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윤슬은 눈이 부셨고, 그런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장의 엽서 같았다. 실제로 기념품 파는 샵에 가면 엽서 사진이라든지, 두브로브니크를
상징하는 올드타운 등 다양한 마그넷을 판매하고 있다. 

 

성벽투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가 바로 온도 때문이었다. 42도. 습한 더위는 아니었지만 뜨거운 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지치고,
힘들었으며 오히려 동행한 친구가 더 씩씩하게 즐기면서 다닌거 같아 부러웠다. 이 더위에 나를 유혹했던 것이 바로 성벽을 걷던 중간에 위치한 작은 상점이었다. 한참을 걸은 후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 그곳에서 차가운 맥주 한 캔을 사서 성벽 위에서 마셨다.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 몇 개가 마련된 공간이었는데, 바로 옆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아래로는 골목들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자리였다. 이런 곳에서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은 마치 영혼이 씻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여행을 잘 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성벽 투어는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놀랐지만 더위로 인해서 오래 걸린 거 같다.
체감온도가 달랐다고 해야할까? 성벽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출발했던 도미니크 수도원이 아닌 반대편, 필레 관문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필레 게이트를 빠져나오며 시계를 보니, 성벽 위에서 두 시간을 훌쩍 넘게 보낸 셈이었다.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풍경에 빠져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로브리예낙 요새

 

성벽 투어를 마치고 내려와서 잠시 카페에 가서 쉬었다. 고집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더위로 인해서 달달한 음료로
대체하여 마셨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단숨에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로브리예낙 요새(Lovrijenac Fortress)로 가기 위해서 이동하는데, 올드타운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있어서 열심히 찍어줬던 기억이...
서쪽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이 요새는, 마치 도시를 수호하는 파수꾼처럼 바다와 도시를 동시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벽 투어
티켓으로 무료 입장이 가능해서 망설이지 않고 올라갔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다리는 살짝 무거워졌지만, 본격적으로 요새에
올라가기 전에 벤치에 앉아 윤슬 보면서 힐링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여유롭게 움직였다. 요새 정상은 아까 성벽에서
바라본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높은 절벽 위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벽 안쪽의 붉은 지붕들, 올드타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너머로는 작은 섬들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요새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역사적 설명을 담은 전시물들과 넓게 트인 전망대가 인상 깊었다. 특히 이곳은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촬영지로도 유명해 팬들에겐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곳이었다. 

 

로브리예낙 요새 → 올드타운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 올드타운에서 커피타임☕

 

요새 아래로 내려오며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성벽 투어와 요새 방문을 마치고, 다시 올드타운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정리했다. 어제까지 너무 힘들게 움직이다가 여유롭게 다니니 행복했다. 구글맵이 잘 터지지 않아서 골목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도 했고, 다양한 디저트 가게, 기념품 가게 등 구경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기념품 구매 관련해서는 여행 마지막 날인 내일 구매하는 걸로 하고, 객실에서 먹을 와인 2병 구매해서 빵이랑 같이 먹었는데 행복했다. 그 와중에
캐리어가 한가득이었기에 가지고 온 라면도 처리할 겸 샌드위치 등 다양하게 세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전통과는 다른 느낌의 중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위를 걷고, 절벽 끝 요새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한 이 경험은,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았다. 사실 두브로브니크의 둘째 날도
올드타운에서 시간 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줄 기념품 구매, 케이블카 타는 일정 등이 있어서 다른 건 하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두브로브니크에 와서 했으면 했던게 있다. 바로 인근 도시 위주로 원데이투어. 제일 마지막 챕터에서 추천해 줄 만한
몇 가지 투어를 추천할 건데, 여행 계획이 있으시면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교통 예약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이동 수단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렌트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현지 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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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Day 4. 두브로브니크 (이동)

🚌 자다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긴 이동과 짧은 휴식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투어에 이어 자다르 올드타운까지, 연이은 알찬 일정으로 몸도 마음도 꽉 채워졌던 하루가 지나고 나니 슬슬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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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다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긴 이동과 짧은 휴식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투어에 이어 자다르 올드타운까지, 연이은 알찬 일정으로 몸도 마음도 꽉 채워졌던 하루가 지나고 나니 슬슬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음 여행지는 크로아티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두브로브니크. 문제는 그곳까지의 이동 거리였다. 처음에는 구글맵에 찍힌 시간만 보고 ‘자동차로 4시간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버스를 예약하려고 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장거리 버스는 순회형이 많았고, 중간중간 도시들을 들르며 움직이는 구조라서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강행해도 괜찮을까? 아니면 조금 쉬고 천천히 출발할까?”

우린 고민 끝에 오전에는 각자 자유 시간을 갖고, 오후에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전날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탓에 무리하게 움직였다가는 다음 일정에 영향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버스 예약표와 노선

 

🍔 출발 전 간단한 한 끼, 그리고 버스터미널로

묵었던 숙소 근처엔 마땅한 식당이 없었지만, 자다르 버스터미널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다는 걸 알고 미리 계획해뒀다. 간단하게 햄버거 하나로 배를 채우고, 예약해 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앞서 소개했던 OMIO 앱을 통해 버스표를 예약했는데, 아직까지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어떤 도시를 경유하는지, 노선 정보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이동 중에도 계속 구글맵을 켜두고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게 은근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구글맵에서 내가 탄 버스 정보와 노선까지 표시해 주는 덕분에 중간에 헤매는 일은 없었다.

 

🔋 이동 중 필수템, 보조배터리

이날은 특히 휴대폰을 오래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챙겨온 보조배터리 3개가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전 몽골 여행 때도 게르에서 보내는 일정이 많아서 미리 준비해 뒀던 건데, 벌써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잘 작동해서 이번에도 유용하게 썼다. 창밖 풍경을 구경하고, 음악을 듣고, 구글맵을 확인하고, 사진도 정리하고... 장시간 이동 중엔 스마트폰이 사실상 생명줄이니, 배터리가 넉넉하면 그 자체로 든든하다.

 

🕓 실제 소요 시간은?

예약한 버스는 오후 1시 45분 출발이었는데, 도시별 정차와 중간에 잡힌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서 실제로는 8시간 반 이상 걸렸다. 버스표에 표기된 예상 소요 시간도 이미 8시간이었는데,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엉덩이가 베이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

그렇지만 오랜 시간 버스에 앉아 있었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크게 피로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긴 시간이 재정비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각자 음악을 들으며 창밖의 해안 풍경을 바라보다가, 가끔 스르르 졸기도 하고, 다시 눈을 떠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보는 반복. 그렇게 자다르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의 여정이 이어졌다.

 

💡 TIP. 자다르 → 두브로브니크 장거리 이동 꿀팁 정리
  • OMIO 앱으로 버스 시간 & 금액 체크 : 내가 선택한 시간이 가장 짧은 시간이었다면 믿어지겠는가..
  • 보조배터리, 간식, 가디건은 필수 : 보조배터리 2만짜리 3개의 힘은 어마무시했다🤣🤣🤣 
  • 구글맵으로 실시간 위치 확인
  • 출발 전 간단한 식사로 체력 보충 : 버스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도 챙기기! 
  • 휴게 시간이 짧기 때문에 화장실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동전은 여유롭게 들고 다니기!
  • 좌석 선착순일 수 있으니 조금 일찍 도착

 

🌙 두브로브니크 도착 후, 숙소까지

자다르에서 출발한 버스는 예상보다 조금 지연되어 밤 10시를 넘겨 두브로브니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도착과 동시에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나 우버 이용이 효율적일 것 같아서 곧장 우버 앱을 켰다. 다행히 여기도 우버택시가 많이 쓰이고 있어서 5분 정도 대기 후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기사님도 친절했고 차량 내부도 깔끔해서 안심이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언덕길이 많고, 돌길도 많아서 짐이 있을 경우엔 도보보다는 우버 이동을 추천한다.

숙소는 ‘호텔 아드리아(Hotel Adria)’였다. 이 호텔은 바닷가와 가까운 올드타운 중심이 아니라, 조금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처음엔 위치를 보고 살짝 고민했지만, 후기에서 봤던 "야경이 정말 예쁜 곳"이라는 말에 기대를 걸고 예약했던 숙소였다. 늦은 밤이라 풍경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호텔 입구에 도착해서 언뜻 보이는 도시 전경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멀리 항구와 도시 불빛이 반짝이는 풍경은 피곤한 하루 끝에 받는 선물 같았다. 체크인은 빠르게 마쳤고, 로비와 복도도 꽤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나서야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밤공기와 함께 두브로브니크의 조용한 도시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 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오래 머무는 도시이자, 마지막 목적지로 정한 곳이 바로 두브로브니크였다.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여행 일정

사실 나의 모든 여행 항상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한 나라에 꽂히면 그때 바로 난 무조건 이 나라에 간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실행에 옮기곤 했다. 물론 작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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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교통 예약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이동 수단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렌트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현지 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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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의 셋째 날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 믿겠는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도시는, 바로 크로아티아의 해변 도시 자다르였다. 이전까지의 여행이 도시와 자연 중심의 여행이었다면, 이번엔 바다를 배경으로 조금 더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드는 첫 인상은 뭐라고 할까? 

 

자다르 ·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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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좋은 도시, 자다르 올드타운

다음 이동을 고려해서 터미널 근처 숙소로 잡았기 때문에 올드타운까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걸어갔다. 자다르의 석양이 아름답다고 해서 바다까지 가기 위해서는 올드타운을 지나야하는데, 올드타운의 골목골목은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이었고, 카페와 작은 상점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사람들까지 다 한 장면 속에 있었다. 길 하나하나가 예쁘고 조용해서, 자꾸만 걷고 싶어졌다. 가는 길에 위안 삼아서 자다르에서 유명하다는 젤라또를 먹으면서 갔다. 그거라도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

자다르의 중심은 역시 올드타운. 돌바닥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건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보다 한적해서 더 좋았고, 거대한 성벽을 지나 걷다 보면, 로마 시대의 유산인 포럼 광장 성 도나토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관광지지만 로컬들의 생활도 고스란히 보이는 그런 도시였다. 나중에 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먹기로 해서 석양을 보러 서두르기 시작했다. 

젤라또는 유럽여행의 또 다른 묘미🍦🍦🍦더운 열기를 식혀줄 수 있어서 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저녁 늦은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숙소에 들어가야 했다. 거의 대부분 숙소가 올드타운 근처에 있지만, 다음 이동을 위해서 터미널 근처에 잡는 바람에 😅😅😅  

 

 

Gelateria Eva · Ul. Mihovila Pavlinovića 8, 23000, Zadar, 23000, Zadar, 크로아티아

★★★★☆ · 아이스크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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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오르간 (Sea Organ)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

자다르에서 가장 유명한 스폿 중 하나인 바다 오르간은 꼭 경험해볼 만한 장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해안가 계단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파도에 따라 오르간 소리였다. 인공적으로 만든 악기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사운드는 꽤 몽환적이었다. 소음 속에서도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장소였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그 경계가 물드는 걸 보면서, 음악과 풍경이 함께 기억 속에 남았다. 
영화감독 히치콕이 “자다르의 석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극찬한 그 말. 괜한 말이 아니었다.
석양 시간에 맞춰 바다 오르간 근처에서 앉아 해가 지는 걸 지켜봤는데, 하늘은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고, 바다는 그 빛을 그대로 받아 반짝였다. 순간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숨죽이고 보게 되는, 그런 풍경이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그저 눈으로 오래오래 담고 싶은 순간이었다.

 

🍽️ 저녁은 현지식으로 / 와인과 함께 🍷

석양을 보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올드타운 안쪽에 있는 작은 로컬 레스토랑에서 먹물 해산물 리조또, 문어 샐러드, 스파게티를 시켜먹었다. 크로아티아 해산물은 신선함이 살아 있어서 그런지 간단한 요리도 너무 맛있다. 음식과 와인, 바다 냄새가 모두 어울려 한 끼 식사 이상의 경험이 되었다. 정말 완벽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 같아서 좋았다. 

 

🧳 다음을 기약하며

자다르는 아주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다와 도시가 맞닿아 있고, 음악과 빛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여행 중 가장 '감성적'인 도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아쉬울 만큼, 자다르는 마음 한켠을 조용히 건드리는 도시였다.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여행 일정

사실 나의 모든 여행 항상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한 나라에 꽂히면 그때 바로 난 무조건 이 나라에 간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실행에 옮기곤 했다. 물론 작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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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교통 예약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이동 수단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렌트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현지 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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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다이어리를 새로 사면서 ‘이번엔 꼭 잘 써보자’는 다짐을 한다. 그와 함께 사는 몇 권의 예쁜 노트들. 하지만 대부분은 앞에 3~4장만 채워진 채 책장에 꽂혀 있다. 나에게 기록은 항상 거창하게 시작해서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하는 기록이라고는 업무 일지 정도였고, 그래서 난 ‘나는 기록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에디터의 기록법』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도 꽤 다양한 기록을 하고 있었다는 걸. 투두리스트에 적는 하루의 할 일, 마트 가기 전에 써두는 구매 목록, 심지어 카톡으로 나에게 보내는 짧은 메모들까지. 전혀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모두 기록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저 일기처럼 잘 정리된 형태만을 기록이라고 여겼던 내 사고가, 이 책을 통해 한 겹 벗겨졌다.

기록은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어도, 꼭 멋진 문장이나 긴 호흡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배웠다. ‘기록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며, 나를 조금씩 돌아보게 하는 도구였다.

책 속 에디터의 다양한 기록 방식과 태도는, 기록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려준다. 꼭 매일같이 써야 한다는 강박도, 잘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내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을 붙잡아 두고 싶다는 감정. 그게 기록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기록을 못한다고 생각해 왔던 나에게, 어쩌면 나는 이미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잘 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작은 자신감을 준 책. 이제는 다이어리의 빈칸 앞에서 괜히 부담 갖지 않고, 나의 작은 메모 하나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표지]


 

나의 글쓰기는 오늘만 산다. 나의 잘 잊는 뇌는 불필요하고 재미없는 글들, 만약 내가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았다면 내 글에 우스꽝스럽게 거대한 레이스를 달아주었을 인용문들을 자연스럽게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내는 기특한 일을 한다. 그렇게 나는 계속 읽고 무언가를 끄적인다. 내 손에는 언제나 연필이 들려 있다. 어떤 것이 기업에 새겨질지, 어떤 것이 망각될지는 일단 아무렇게나 무언가를 끄적여보기 시작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쓰다보면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졌고,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내 일상을 객관적을 바라보게 됐고, 이성적으로 다음 스텝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날그날 느낀 감정과, 이 삶이 아니라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빈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듯 자유롭게 끄적여봤다. 

 

기록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현재의 성장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덤이다. 나도 각 잡고 '기록'이란 것을 한 적이 있는데, 3년 전쯤 노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타임트래커 수첩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비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엄청난 스승을 만난 것도 아니며, 더 냉정하게 말하면, 글 따위를 쓰는 게 인생의 목표였던 적도 없다.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노력했고, 그걸 그냥 흘려 넘기기보다는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려고 했으며,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는 아무 말이라도 써서 공유하려고 했다. 그 '아무 말'조차 쌓이면 기록이 되고, 기록으로 남기면 이후에 수정하든, 편집하든, 잘라내든, 갈아엎든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았으니까.

 

 
에디터의 기록법
사회. 기록이 일이라 필연적으로 기록이 생활인 에디터 10인에게 콘텐츠가 넘치는 이 시대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기록하는지 물었다. 매일 수많은 날것을 모으고 가치 있는 것을 골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연결해 읽기 좋은 콘텐츠를 빚어내는 에디터들. 《에디터의 기록법》은 우리가 매일 즐겨 읽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기록 노하우와 철학을 담았다. 에디터 10인의 다양한 기록 세계를 통해 나만의 기록법을 찾다보면 기록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지원, 김혜원, 도헌정, 허완, 조성도, ['김희라' '오별님' '윤성원' '김송희' '손현']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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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곳은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이었다. 여행을 결심하고 항공권을 예약하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게 공원 입장권 예매 가능 여부였을 정도로, 이곳은 내 여행 루트의 핵심 포인트였다. 워낙 인기 있는 관광지라서 입장 인원도 제한되어 있고, 시간대별로 예매해야 하기 때문에 플리트비체를 꼭 가고 싶다면 미리 예매는 필수!

다행히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오전 이른 시간대 티켓이 여유 있게 남아 있었고, 다음 버스 시간대가 걱정되어 망설이다가도 결국엔 내가 원하던 코스와 시간으로 예매를 완료했다. 그만큼 플리트비체에 대한 기대가 컸고, 실제로 다녀온 후에도 그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코스별 안내

코스 출발 지점 주요 구간  소요 시간 특징
A코스 Entrance 1 하단 호수 약 2~3시간 가장 짧고 인기 있는 코스. 폭포 중심 구경 가능. 초보자 추천.
B코스 Entrance 1 하단 호수 + 보트 약 3~4시간 A코스에 보트 타는 일정 추가. 조금 더 여유로운 동선.
C코스 Entrance 1 하단 + 상단 호수 약 4~6시간 자연 감상 + 도보 + 보트 + 셔틀 이용. 꽤 활동적인 코스.
E코스 Entrance 2 상단 호수 약 2~3시간 고요하고 한적한 풍경. 상대적으로 덜 붐빔. 쉬운 코스.
F코스 Entrance 2 상단 + 하단 일부 약 3~4시간 보트 타고 이동 가능. 초보자나 여유로운 산책 선호자에게 추천.
H코스 Entrance 2 상단 + 하단 전체 약 4~6시간 C코스와 비슷한 루트. 공원 전체를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음. 인기 많음.
K코스 Entrance 1 또는 2 전체 도보 이동 약 6~8시간 공원 전체를 걸어서만 탐방. 체력 자신 있는 사람 추천.
Boat/
Train Only
셔틀 버스와 보트만 이용 시간 자유 걷지 않고 이동하며 감상할 수 있는 방법. 노약자용.

 

[실제 나의 예매]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 H코스로의 여정 시작

내가 다녀온 코스는 Entrance 2에서 시작하는 H코스였다. 제일 인기 많은 코스가 C코스와 H코스라고 하는데, 사실 같은 코스를 반대로 가는 거라서 어떤 게 좀 더 좋을지 고민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워낙 넓고 코스도 다양해서 출발 지점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풍경이 꽤 달라지는데, H코스는 그중에서도 한적한 상단 호수에서 시작해 점점 하단으로 내려가면서 풍경이 다채롭게 바뀌는 루트라,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표 코스 중 하나였다. 특히 나처럼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에서 머문다면 H코스는 정말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설 수 있고, 무거운 이동 없이도 여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그 덕분에 나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상단 호수 구간을 걸을 수 있었다.

 

💎 상단 호수 – 현실 같지 않은 색감의 향연

상단 호수 구간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물빛은 에메랄드, 블루그린, 투명한 민트색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현실감이 사라지는 비현실적 풍경 그 자체.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의 자잘한 돌과 헤엄치는 물고기들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특히 보트 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때 본 호수 속 물고기들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나무 데크가 수면 위에 살포시 깔려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지는데, 걸을 때마다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잔잔하고 고요했다. 소리라고는 내 발걸음 소리, 새소리, 그리고 멀리서 흐르는 폭포 소리뿐이라 그냥 걷고만 있어도 마음이 맑아지고, 머릿속이 정리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 전기 보트 – 호수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전기 보트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게 된다. 이 구간은 걷는 루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풍경을 ‘멈춰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흘려보는’ 여정이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보트에 탑승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하단 구간으로 내려올수록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방문한 시기는 여름 성수기였기 때문에, 갑자기 북적이는 분위기로 전환돼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공원이 넓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사람이 많다고 해서 붐비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보트를 타고 물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그 순간, 풍경이 점점 드라마틱하게 변해가면서,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오롯이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보트 기다리는 중]

 

💦 플리트비체의 하이라이트, 벨리카 슬랍(Veliki slap)

그리고 도착한 대폭포!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폭포, 벨리키 슬랍
크로아티아어로 *"대폭포"*를 뜻하는 이름답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는 장소였다. 
코스따라 이동하면서 본 폭포도 아름다웠는데, 벨리키 슬랍은 더 놀라웠다고 해야 할까

멀리서 들리는 폭포 소리만으로도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까, 물이 쏟아져 내리는 그 소리와 안개, 그리고 주변에 퍼지는 시원한 공기까지 진짜 자연 그 자체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폭포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 것 같다. 폭포의 높이는 약 78미터로, 단일 낙차로는 플리트비체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기도 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물기둥이 쏟아지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장면은 정말 감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폭포가 바로 보이는 곳에 앉아서 체리 먹으면서 멍 때리다가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이동하면서 올라가는데, 위에서 바라본 모습도 절경이었다. H코스를 마무리하면서 Entrance 1에서 2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입구에 작은 가게가 있는데, 샌드위치나 커피 등 판매하는 작은 매장에서 간단히 요깃거리 하고 아침에 나오면서 호텔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서 천천히 움직였다. 
**카페인 중독자들은 유로 걱정하지 않고, 카페 2잔을 아무렇지 않게 시켜서 마신다**

예약해 둔 버스 시간은 오후 4시 20분. 카페에 앉아 커피 두 잔을 천천히 마시고, 샌드위치까지 하나씩 나눠 먹으니 어느덧 시계는 오후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린 분명 “이번엔 여유롭게 여행하자”라고 다짐했건만...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바로, 부지런함이 DNA에 새겨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여유로움은 정말 잠시뿐이었다. 슬그머니 커피잔을 정리하고, 어느새 익숙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버스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시간 변경이 가능할까 봐 정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갔는데, 그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마침 자다르로 가는 버스에 빈 좌석이 있어서 현장에서 시간 변경도 바로 할 수 있었고, 곧장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다르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자다르를 구경하러 나가는데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조금 부지런했던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결과를 만들 줄이야.”
아무래도 우리 여행 스타일, 못 고치겠지만… 그게 또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래 예약했던 버스표]

 

# 전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인근 숙소에 체크인하고 먹방 찍음 / 그 외에 먹은 것 블루베리, 호밀 샌드위치, 커피 등등


2025.04.09 - [Travel🧳] -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Day 1 류블랴나 & 블레드 호수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Day 1 류블랴나 & 블레드 호수

Day 1. 슬로베니아 여행 - 류블라냐 & 블레드 호수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슬로베니아를 다녀올 계획은 없었다. 여행 루트는 처음부터 크로아티아로만 딱 정해두고 있었고,애초에 이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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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3 - [Travel🧳] -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Day 2 자그레브 (+이동)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Day 2 자그레브 (+이동)

자그레브 여행에서 대부분의 일정은 건축물과 거리 구경 위주로 채워졌다. 숙소에서 나와 쇼핑 거리를 지나 자그레브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되었고, 그 외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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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자그레브 여행에서 대부분의 일정은 건축물과 거리 구경 위주로 채워졌다. 숙소에서 나와 쇼핑 거리를 지나 자그레브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되었고, 그 외 주요 장소들도 30분 이내 거리에 모여 있어 대부분 걸어서 이동했다.

늦은 시간에 지역 간 이동을 피하고 싶어서 일정은 되도록 조금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무리하는 쪽으로 조율했다. 덕분에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자그레브 특유의 분위기를 차분히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되었다. 처음엔 일정이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여유 덕분에 길거리의 소소한 풍경들도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Day 2. 자그레브

 

일정 : 자그레브 대성당 >> 성 마르코 교회 >> 타칼치체바거리 >>  부서진 관계 박물관 >> 돌락 시장 >> 반 옐라치치 광장

 

📍자그레브 대성당(Zagreb Cathedral)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웅장한 성당으로, 두 개의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개인적으로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성당에서 받는 인상이 늘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안고 찾아갔던 곳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보수 공사 중이라 외관 전체를 볼 수 없었고, 내부도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도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그 압도적인 스케일과 세세한 장식미는 충분히 느껴졌고, 성당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이 꽤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사실 자그레브 일정의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산책하면서 보냈다. 밑에 이미지에 상단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게 대성당이다. 

[자그레브]

📍성 마르코 교회(St. Mark's Church)
고르니 그라드 언덕 위에 위치한 이 교회는 크로아티아 국기와 자그레브의 문장이 새겨진 독특한 색상의 지붕 타일로 유명하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는데, 실제로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아담하고 귀여운 분위기였다.
아침에는 주변 통제가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멀리서 바라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인상 깊었다.

 

📍부서진 관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타칼치체바 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자그레브의 대표적인 이색 박물관. 전 세계에서 기증된 이별과 관련된 물건들을 전시한 독특한 테마의 공간으로 유명하다. 전시는 시간이 부족해서 보지 못했지만, 박물관 1층에 있는 카페 공간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자그레브에 온다면 꼭 한 번 전시도 보고 싶다.

 

📍타칼치체바 거리(Tkalčićeva Street)
자그레브의 대표적인 도보 거리로,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작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즐겨 찾는 곳이다. 이 거리의 매력은 여유로운 분위기와 독특한 개성의 상점들, 그리고 다양한 전통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기대하며 방문했는데, 소소한 현지의 맛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스트라클리

위 사진의 매장인 La Štruk을 소개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간다는 소식에 방문했는데, 레드와인과 같이 먹으니 느낀한 것도 조금 덜 했다. 사실 여기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트러플이랑 블루베리 추천을 받았는데, 난 블루베리가 아닌 어니언으로 오더했다. 느끼한 걸 싫어하면 불호할 거 같은 매장이지만 와인과 곁들이면 굿굿. 한 번쯤은 전통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으니 말이다.

🍴La Štruk
 https://maps.app.goo.gl/W3eF7zN5mBbBRYhHA

📍  반 옐라치치 광장
자그레브 여행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번 지나게 되는, 가장 중심적인 장소다. 자그레브의 중심이자 사람과 트램이 오가는 교차점 같은 곳으로, 광장 중앙에는 반 옐라치치 장군의 동상이 서 있고, 주변으로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백화점, 카페, 쇼핑거리가 펼쳐진다. 어떤 시간대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낮에는 활기차고, 저녁이 되면 조명이 은은하게 켜지며 한층 더 낭만적인 장소로 바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낮의 광장만 보게 돼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반 옐라치치 광장]다

 

이외에도 자그레브에 머무는 동안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즐기기도 하고, 돌락 마켓에 들러 현지인들 틈에서 과일을 사 먹거나, 시장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오후 2시 쯤에 가서 사실 그렇게 많은 과일들이 있거나 컨디션 좋은 게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동 버스에서 먹을 블루베리, 체리 구매해서 갔다.

또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고, 혼자만의 속도로 자그레브의 하루를 천천히 만끽했다. 짧다면 짧고, 알차다면 알찼던 이 하루 동안 자그레브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도시는 어디까지나 여행의 시작점이었기에, 느긋하게 앉아 있기보다는 다음 여정을 향해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소로 이동해서 가방을 다시 챙기고, 새로운 도시로 향하는 설렘을 안고 자그레브를 떠났다.

 


 

2025.04.06 - [Travel🧳] -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여행 일정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여행 일정

사실 나의 모든 여행 항상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한 나라에 꽂히면 그때 바로 난 무조건 이 나라에 간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실행에 옮기곤 했다. 물론 작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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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6 - [Travel🧳] -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교통 예약

 

#01.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_ 교통 예약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이동 수단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렌트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현지 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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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슬로베니아 여행 - 류블라냐 & 블레드 호수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슬로베니아를 다녀올 계획은 없었다. 여행 루트는 처음부터 크로아티아로만 딱 정해두고 있었고,
애초에 이번 여행은 크로아티아에만 집중할 계획이었고, 자그레브부터 두브로브니크까지 정해진 루트를 그대로 밟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P조차도 자신의 일정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크로아티아에 먼저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그레브는 생각보다 도시가 작고,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서 급하게 자그레브 인근에 괜찮은 곳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등장한 국가가 슬로베니아였다. 

사실 그전까진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도 잘 몰랐고, 여행지로 가볼 생각도 안 해봤는데, 신혼여행 후기들이 가득한 후기에, 예쁘게 찍은 사진 몇 장 보고 나니까 갑자기 너무 가보고 싶어 져서 당일치기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서 류블랴나까지 가는 버스도 하루에 여러 대 운영 중이라서 교통편도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결정하고 나니,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표 예약 완료하고 류블랴나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일정 : 자그레브 터미널 >> 류블라냐 터미널 >> 블레드 호수  

가기 전날 당일치기 일정으로 블레드 호수까지 다녀오려면 빠듯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류블랴나로 가는 버스는 전날 미리 예약하고 갔다. 이른 아침 조식을 즐긴 후, 다시 마주한 자그레브 터미널은 도착한 첫날 느낀 어두컴컴한 동네가 아닌 푸른 하늘 아래, 조그마한 가게들도 있는 그런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첫날 마주한 어두컴컴한 터미널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로 가는 버스를 탔다. 블레드 호수까지 가려면 류블랴나에서 한 번 더 환승해야 하는데, 버스 지연 이슈가 계속해서 있었기 때문에, 블레드 호수 티켓은 그냥 현장에서 티켓 끊고 이동했다. 💡 류블랴나에 도착하자마자 블레드 가는 버스를 찾으러 역 근처를 헤맸는데, 여기서 잠깐 혼선이 있었다. 하필 역과 버스 터미널의 위치가 같은 곳으로 떠서 처음엔 ‘류블랴나 기차역’ 쪽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블레드행 버스 티켓은 맞은편 작은 건물 1층 매표소에서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인터넷 연결로 인해서 위치가 인식되지 않아 헷갈렸는데, 헷갈릴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 매표소에서는 블레드 호수까지 가는 버스 티켓뿐만 아니라, 호수에서 배 타는 플레타나 티켓이랑 입장권까지 묶은 패키지도 팔고 있었어요. 딱히 사전 계획이 없었는데도 현장에서 다 해결할 수 있어서 편했다. 💡다만! 결제는 카드가 안 되고 현금(유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근처 ATM에서 현금 인출해서 결제했으니, 트래블 카드만 믿고 가면 큰코 다친다. 혹시라도 저처럼 급하게 가시는 분들은 유로 현금 조금 챙겨가는 걸 추천합니다! 

 

블레드 섬에서 찍은 사진

 

슬로베니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는 블레드 호수. 
처음엔 그냥 내가 아는 그런 예쁜 호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딱 보는 순간, 정말 형용되지 않는 그런 장소였다.
맑고 푸른 호수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떠 있고, 그 위에 고즈넉한 교회가 딱 진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이었다.
호수뿐만 아니라 호수를 감싸는 배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좋았다. 푸른 하늘 아래, 초록빛 산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고,
잔잔한 물결 위로는 전통 나무배가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에서 또 다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목격했다. 

 

 

이런 인상 깊은 경관을 마주한 순간, 그냥 멍하니 서서 호수를 바라보거나, 무작정 걸어다니거나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또 발견한 거 같아 행복했다. 먼저 온전히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에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윤슬을 보면서 앉아있었다.
매일 시끄러운 소음 속에 있다가, 조용하고 서정적인 곳으로 여행 와서 몸도 마음도 같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간만에 맛보았다고 해야 할까?

 

슬로베니아 여행 

🚍 이동 루트: 류블랴나 공항 → 시내 → 블레드 호수 → 자그레브(버스 or 기차 이동)

 🏞  추천 일정: 류블랴나 1박, 블레드 당일치기 or 1박

💶 식사 1인당 15~20유로 정도, 블레드 배 타는 건 15유로 내외 *패키지는 별도 옵션

💡Tip !
     당일치기로는 류블라냐와 블레드 호수 모두 꼼꼼히 챙겨보는 건 어려우니, 이틀 일정으로 고려해보길 바란다!

 

※ 작년에 다녀온 거라서 주로 사진 기록 있는 이야기들 위주로 작성할 예정이다. 
※ 바쁜 일정으로 인해서 빵, 빵, 샌드위치의 연속이었다 🍞🥐🥖🥪
※ 일정이 빠듯해서 그렇지 카페인 없이 못 사는 나는 하루에 커피를 2잔 이상 마셨으며, 그 말은 즉 하루에 2시간가량은 카페 발코니에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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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잦은 해외여행과 업무 과로로 인해서 피부 염증이 1년 조금 넘게 지속되고 있는 중인 1인으로서, 결심한 것이 있다면 바로 식단이다. 1년 정도 한약을 복용하면서 오히려 몸이 더 붓고 염증 증상은 일시적으로 괜찮아졌다고 생각이 들어서 관련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비건에 대한 인식도 좋다 나쁘다가 아니었고, 그냥 인간의 몸에 이롭다와 해롭다 사이의 간극을 간간히 들어서 알고 있다. 정말 극단적으로 생각하자면 인간 기준이 아닌 지구 기준으로, 지구에게 가장 해로운 건 바로 인간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강 관련 책으로 2번째로 읽는 책인데, 무조건 이거 해야 한다라기보다는 "비건"이라는 소재로 조금 낯설지만 알아둘 만한 정보가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저자인 파멜라 퍼거슨이라는 인물은 비건 영양학자로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몸소 비건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더 와닿았다. 비건이 무엇인지, 어디에 더 좋은지, 다양한 비건 식품, 몸에 유익한 정보 등 좋았던 거 같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도 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있는지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취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그래도 비건 라이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거 같다 :-)


 

<표지>

 


 

'모든 체중의 건강'은 누구나 어떤 체주에서든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체중과 무관하게 건강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즉 저울의 숫자가 아니라 혈액검사, 체력, 다이어트와 무관한 직관적 식사, 정신 건강,
그리고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둠으로써 자신을 더 잘 돌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건강관리법이다.

 

비거니즘과 그 종류

퍼거슨은 비거니즘의 개념과 다양한 형태의 채식주의를 소개하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맞는 채식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비거니즘은 단순한 식단의 변화가 아닌, 동물 권리, 환경 보호, 개인 건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삶의 방식임을 강조한다.

내가 아는 채식주의자는 정말 큰 카테고리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비건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생활방식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굉장히 심오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동물해방과 동물복지. 비건들 사이에서도 각종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첫 챕터에서 각인한 내용은 바로 [비건의 건강한 식생활 기준]에 대한 이야기다.

1. 대부분 자연식이거나 가공을 최소화한 자연식이어야 한다.
2. 과일과 채소, 견과류와 씨앗류, 식물성 단백질, 전분과 잡곡류를 포함해야 한다.
3. 최적의 건강상태와 활동능력을 유지하는 데 부족하지 않게 먹어야 한다.  

 

비건 식단의 건강상 이점

비건 식단이 체중 관리, 염증 감소, 심혈관 질환 예방, 당뇨병 예방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는데,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며, 비건 식단이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건 식단 구성과 영양소 섭취

비건 식단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식품군과 영양소를 소개하는데, 우리가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어떤 식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콩류, 과일, 채소, 견과류, 통곡물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활용하여 영양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소개하고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각 영양소의 중요성과 섭취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특히, 단백질의 경우 식물성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제일 많이 접하는 두부나 순두부 등이 있다.

 

이외에도 비건 라이프스타일의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이라던지, 비건 식단과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비건 식단을 막 시작했거나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단순한 식단 안내서가 아니라, 왜 비건이 건강에 좋을 수 있는지, 꼭 챙겨야 할 영양소는 무엇인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식단을 꾸릴 수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줘요. 비건이 단지 '고기 안 먹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방식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책이라서 관심 있으면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건강하고 싶어서 비건입니다
일간지에서도 채식주의자라면 영양분을 따로 챙길 것을 권하며, 채식을 하다가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사례도 보인다. 이처럼 근거 없는 이야기들 덕분에 채식을 하고 싶어도 건강에 무리가 될까 망설이는 사람들마저 나온다. 영양학자이자 〈건강하고 싶어서 비건입니다〉의 저자, 파멜라 퍼거슨은 이처럼 채식을 둘러싼 편견을 정확히 지적한다. 영양 부족은 절대 채식 자체가 지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식단에서도 영양을 고루 갖춘 식단과 인스턴트로 채워진 나쁜 식단이 다른
저자
파멜라 퍼거슨
출판
반니
출판일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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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이동 수단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물론 렌트카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지만, 나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현지 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특히 크로아티아는 철도망이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 간 장거리 이동은 자연스럽게 버스로 이루어졌다. 내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직 마지막 여행지에서 자그레브로 돌아올 때만 비행기를 이용했을 뿐, 나머지 모든 도시 간 이동은 버스를 통해 이뤄졌다.
이동 수단을 고를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액"이었다. 여행은 물론 자유와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양한 버스 노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요금 비교를 꼼꼼하게 하면서 예산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찾으려 노력했다. 앞서 말한 1순위가 비용이었다면, 2순위는 시간이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거나 애매하면 다음 날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오후에 출발해서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으로 버스를 선택하려 했다. 낮 시간은 여행지에서 보내고, 이동은 저녁에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일정도 단순히 시간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버스 터미널과 숙소 간의 거리, 시내버스 운행 시간까지 모두 계산한 결과였다.
실제로 크로아티아의 버스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지만, 앱에 표시된 출발 시간과 실제 시간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때는 몇 분 지연되는 정도였지만, 드물게는 버스가 예정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는 일도 있었고, 지연되는 바람에 여행 일정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교통편 예약할 때는 유난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미리 도착하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여유를 두고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은 늘 생겼다. 숙소가 버스 정류장에서 멀거나, 야간 이동 이후 대중교통이 끊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했다. 짐이 많고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긴 도보 이동은 무리였기 때문에, 가끔은 편안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택이 예산에는 부담이 됐지만, 그 순간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택시 우버) 결국 여행이라는 게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더라도, 그 안에 불확실성과 즉흥성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아마 그래서 더욱더 즉흥적으로 여행을 즐겼던 거 같다. 


🚍 도시 간 이동 (버스, 기차 등)

 

✅  GetByBus (겟바이버스)

크로아티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버스 예약 가능하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로 이동할 때 이 어플을 통해서 예약했다. 크로아티아 내 자그레브,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등 주요 도시 간 이동에 특히 유용한 어플이라고 해서 다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대별로 각 다른 버스사 스케줄이 나와 있어서 비교도 가능했다. 버스사별로 이동 소요 기간과 금액이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같은 버스사임에도 걸리는 시간과 금액이 다른 것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확인한 후 본인 여행 일정에 맞춰서 이동하는 게 가자 베스트. 비용 절약 위주로 가면 물론 선택지가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  Omio (오미오)

버스, 기차, 항공편까지 한 번에 검색 및 예약 가능하고, 한국어 지원도 가능한 점이 가장 좋았다. 겟바이버스와 비교하자면 버스사 선택권 및 시간대별 버스 배차가 가장 많아서 계속 보게 됐다. 도시별 이동할 때 버스나 비행기 둘 모두 옵션으로 봤기 때문에 국내선 항공권도 수시로 확인하면서 예약했다. 의외로 국내선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브로브니크-자그레브로 이동할 때 제외하고는 이동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도시 내 대중교통

 
✅  Google Map (*링크 : Google 지도)
해외 여행 시 정말 없어선 안 될 필수 어플. 길 찾기, 대중교통 정보, 맛집 및 주변 명소 탐색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자그레브, 류블랴나, 자다르 등 크로아티아와 주변 도시를 여행하면서 매 순간 유용하게 사용했던 앱이다.
예를 들어, 자그레브 버스터미널(Zagreb Bus Station)에 밤 늦게 도착했을 때, 주변이 어둡고 낯선 상황에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준 유일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거리뷰(Street View) 기능으로 미리 길을 파악하거나, 도보 이동 시간 예측, 교통상황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여행 중 방향 감각이 없어도 문제없이 다닐 수 있다.


✅  Moovit (*링크 : Your Public Transit Guide in 112+ Countries)
현지 대중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플로, 버스와 트램의 노선, 정류장, 도착 시간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해준다. 특히 자그레브 같은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여행자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Google Map을 메인으로 사용해서 Moovit은 보조적인 역할로 활용했다. 앱 내에 실시간 버스 위치 추적 기능이 있어, 대기 중인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 Libertas App (*링크 : Home | Libertas)
두브로브니크에서 운영되는 시내버스의 공식 어플. 머물렀던 호텔에서 추천받은 어플로, 현지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무브잇보다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다.
앱의 첫 화면에는 버스 노선 번호만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노선을 눌러 들어가면 정류장별 도착 시간, 운영 시간, 노선 경로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어느 방향으로 운행 중인지 등도 확인 가능해, 노선만 파악하고 나면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행 중 버스를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면 꼭 설치해두는 걸 추천!


크로아티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교통편 관련 어플은 사전에 미리 조사해두고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운로드해 두었다. 역시 먼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팁은 무시할 수 없다. 버스 시간표나 노선 확인, 요금 비교는 물론, 실시간 좌석 확인까지 가능한 어플들 덕분에 이동 계획을 짜는 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 다만 리버타스는 예외였다. 이 어플은 현지에서 필요에 따라 갑작스럽게 다운받게 되었고, 미리 다뤄보지 않아서 처음엔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조금 헤맸다. 다른 어플들은 사용법을 미리 익혀두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리버타스는 그렇지 못했던 점에서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현지에서 금방 적응하면서 필요한 이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실제로 여행객들이 버스 구간을 잘 몰라서 도와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도시 간의 이동은 특히 더 신중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래 계획에 없던 새로운 여행지를 추가했기 때문에 기존의 일정은 물론, 교통편 예약까지 다시 조율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어플들을 뒤져보고 최적의 경로를 고민하곤 했다. 마치 여행이 진행될수록 계획과 즉흥이 자연스럽게 섞여가며, 여행이라는 퍼즐이 조각조각 바뀌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면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닌 그 사이의 모든 과정-어떤 경로로, 어떤 수단으로, 언제 움직일지, 다음 숙소까지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의 일부로 다가왔다. 이 과정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자, 일정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균형감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이동은 단지 ‘수단’이 아닌, 여행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이었고, 그 흐름 안에서 나는 조금씩 더 여행자다워지고 있었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이때의 나보다는 더 유연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아! 참고로 버스 이용 시, 물론 좌석 선택한 자리에 앉는게 제일 베스트지만, 사전 예약이 거의 무의미하다.
선착순으로 함께 간 여행메이트가 아닌 새로운 메이트를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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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의 모든 여행 항상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한 나라에 꽂히면 그때 바로 난 무조건 이 나라에 간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실행에 옮기곤 했다. 물론 작년에 다녀온 크로아티아도 비슷했다. 달라진 점은 바로 친구와 함께 가는 것. 그것도 자유 여행으로. 이 친구와는 자유여행으로 2번째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첫 여행은 싱가포르, 두 번째는 크로아티아. 

세부적인 일정은 계속해서 올릴 예정이다.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사전에 준비했던 것은 바로 왕복 항공권, 플리트비체 예약, 각 도시별 숙소. 이렇게 미리 정하고 움직였다. 그 외에는 전날 의논하면서 예약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서 버스나 기차 두 가지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다소 급하게 생각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사전에 하루 몇 편 정도 운영되는지 미리 알아보고 갔기 때문에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다. 

티웨이 직항 항공편이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계획한 다른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저렴하게 예약했다. 내가 크로아티아를 둘러보면서 가고자 했던 주요 도시 중 엄마랑 의견이 동일했던 곳들을 리스트업 해봤다.


자그레브

<자그레브>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로, 중세 유럽의 정취와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다른 유럽 대도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깊이 있는 역사와 예술, 풍부한 음식 문화로 여행객을 매료시켜. 구시가지인 고르니 그라드(Gornji Grad)는 중세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성 마르코 교회는 다채로운 지붕 타일로 유명해. 이 지역은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전망과 작은 미술관,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반 옐라치치 광장은 도시의 중심으로 쇼핑과 식사를 즐기기에 좋고, 근처엔 자그레브 대성당,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미술관 거리가 모여 있어 도시의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어. 특히 부서진 관계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색 박물관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전시했다고 하는데 난 보지 않고 카페를 갔던 기억이 있다. 

자그레브는 녹지가 풍부한 도시이기도 해. 막시미르 공원은 현지인들이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로 옆에 있는 자그레브 동물원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 좋지. 봄과 가을은 걷기에도 좋고, 지역 시장(돌락 시장)에서 현지 음식과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어. 도시 자체는 작지만 볼거리와 문화적 깊이가 깊어서 좋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보고 누리고 온 건 아니다. 

 

플리트비체

<플리트비체>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자연 관광지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국립공원이다. 총 16개의 호수와 수많은 폭포가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으며, 수면 위를 걷는 듯한 목재 데크 길이 인상적이었는데, 코스별로 서로 오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배려가 필요했다. 플리트비체 호수 색은 날씨와 햇빛에 따라 청록, 에메랄드, 짙은 파랑으로 바뀌는데, 내가 본 호수 색은 에메랄드 색상에 더 가까웠다. 

공원은 상류 지역과 하류 지역로 나뉘며, 총 8개의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하루 일정으로는 C, H, F 코스를 추천하고, 좀 더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1박을 하면서 다양한 시간대의 풍경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난 여름에 가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아서 여유를 즐기면서 가긴 힘들었지만 봄이나 가을에 가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선선해서 걷기 알맞다고 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는 숙소나 음식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처 마을인 Rastovača나 Grabovac 등에 숙소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엄마와 난 운전을 하고 다니는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원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호텔 이동했다. 참고로, 내가 묵었던 호텔은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여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참고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에어컨이 없어도 선선해서 나는 괜찮았지만 상대적으로 덥다고 느낀 사람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자다르

<자다르>

크로아티아 중서부 아드리아 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로마 유적과 현대적인 예술이 공존하는 곳인데, 대규모 관광도시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현지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자그레브와는 완전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 풍경과 예술적인 감각이 어우러지는 분위기이다. 대표적인 명소는 해양 오르간(Sea Organ)과 태양의 인사(Greeting to the Sun). 해양 오르간은 파도에 따라 음악이 울리는 설치 예술이고, 태양의 인사는 해 질 무렵 태양 에너지를 받아 밤에 빛나는 대형 LED 패널 이다. 위 두 장소는 자다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석양 명소로 엄마랑 같이 즐겁게 거닐어 갔던 거 같다. 

도시 자체도 오래된 로마시대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로마 포럼, 성 도나투스 교회, 성 아나스타샤 성당 같은 건축물은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온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어. 중심가를 따라 걸으며 유서 깊은 건물들 사이로 이어지는 골목길 또한 인상 깊었다.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붉은 지붕의 고도와 푸른 바다의 대비가 인상적인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가장 유명한 명소는 올드 타운(Old Town) 성벽으로, 약 2km 길이의 성벽을 따라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것이 가능했다. 

성벽 안쪽에는 온오프 광장, 레터나 궁전, 성 블라시오 교회, 스폰자 궁전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이 가득하고, 골목마다 숨겨진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중세 도시 속을 거닐며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가. 또한 성벽 바깥으로 나가면 부자 해변(Buža Beach) 같은 절벽 카페가 있어, 맥주 한잔하며 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엄마와 난 서로 같이 걷다가 따로 걷기도 하는 바람에 맥주를 즐길 시간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두브로브니크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 산 정상에 올라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걸 강력 추천한다. 여름에 가서 그런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가장 컸다. 일몰과 함께 시내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이 지금도 잊여지지 않는다. 특히 지금도 난 주기적으로 영상을 찾아볼 정도니 말이다.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보면 전체적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들만 다녀왔다. 자그레브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플리트비체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벅찰 정도로 자연 가득한 도시였고, 자다르는 조용하면서도 가장 친숙한 감성의 해변 도시였고, 두브로브니크는 중세로의 시간 여행에 가까웠다. 그만큼 도시 보존을 너무 훌륭하게 했다는 것이지 않을까?  각 도시의 분위기가 달라서 인상 깊었다. 선선한 날씨에서 40도가 넘나드는 곳까지 각 다른 날씨를 겪으면서 여행해서 그런지 여행하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보람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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