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에서 ‘위로’를 제외하고 한 번씩은 겪어봤을 미술작품들을 감상한다고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사실 위로도 필요하고, 문화생활 하고 싶은 마음에 읽었는데 욕심이었나보다.
이 책을 읽는 내게 화가들의 삶은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고뇌였던거 같다. 나의 고통이 가중된다고 해야할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 분명함에도 난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했다. 마냥 책을 즐길 수 없는 현실에 유독 그렇게 느꼈다. 그래도 [위로의 미술관]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바로 다양한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과, 익숙했던 작품들을 다시 새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재차 깨달을 수 있었다.


 

 


 

르누아르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질문한다. 그림 그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 왜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그는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기에 그림을 그린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르누아르는 생의 마지막까지 창가의 꽃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어 아름다움을 남긴 화가로 살다 떠난다.



뒤피는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즐거움이 담긴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인생도 누군가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고,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던 시기에는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으며, 노년에는 육체의 고통을 경험했다. 그의 인생은 그림 속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했고, 그가 사랑한 파도처럼 몰아치며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삶에 미소를 지으며 단조보다 장조를, 우울한 날보다는 눈이 부시게 빛이 좋은 날의 파도를 그려냈다. 그리고 모든 걸 경험한 그는 우리에게도 물러서지 말고 무엇보다 삶의 주어진 기쁨을 느끼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손이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유리창을 깨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난도 아무것도 아니다. 금지된 모든 것을 시도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과장하면 어떤가. 새로 배우고 알게 되면 또 배워야 한다. 우스꽝스러운 것을 창조한다고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이젤 앞에서 화가는 과거의 노예가 되어서도, 현재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한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순응하는 예술도 존재하지만,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예술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콜비츠의 삶과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넘치도록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누군가의 초상을 그릴 때 인물을 세밀하게 그리기보다는 대상의 내면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이 즐겨 읽던 상징주의 시와 같은 초상화를 그렸다. 그리고 에뷔테른이 어느 날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딜리아니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행복이란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과 보내는 일상에 존재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칼의 그림은 이 쉽고 간단한 진리를 잊은 채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우리에게 조용히 말해주는 듯하다.

 

 
위로의 미술관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가 병 때문에 화가가 될 수 있었다고? 밝고 화려한 순간을 그려온 르누아르가 말년에는 손가락이 뒤틀려 붓을 쥐기도 어려워했다고? 미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며 1,6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긴 그랜마 모지스가 실은 75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온 화가들의 삶도 정말 그들의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웠을까? 베스트셀러 《기묘한 미술관》의 저자이자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은 신작 《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모든 좌절을 경험했기에 오히려 모두를 위로할 수 있었던 25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라 130여 점의 명화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위로의 그림들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위로의 미술관》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로, 누가 봐도 늦은 나이에 두려움 없이 도전했고, 무엇보다 다른 이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던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다뤘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한계 짓고, 지레 안 될 거라 여기지 않는다면 늦은 시점이라는 것은 결코 없음을 깨닫게 된다. 2장은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로, 타고난 결핍, 정신적·육체적 고통, 폭력적인 시대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3장은 ‘외로운 날의 그림들’로, 홀로, 고독과 외로움 가운데서 오히려 새로움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4장은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로, 일상의 쉼과 행복이 되어주는 존재들을 다룬 작품과 그 자체가 위로와 치유가 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
진병관
출판
빅피시
출판일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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