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간다고 불어를 한창 공부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시간이 공감되는 순간을 첫 장에서 마주했다. 언어에 남성, 여성, 중성이 있다는 소리에 '이게 뭔 개소린가?'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라틴어뿐만 아니라 타 유럽지역에도 그랬다니. 첫 장을 미리 봤을 때는 심오한 얘기가 아닌 가벼운 인문학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기 때문이다. 챕터가 넘어갈수록, '어디서 많이 본 글귀인데', '어원을 얘기할 때, 대부분 책에 라틴어가 있네.' 부터 많은 생각을 들기 시작했다. 모든 내용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내용으로는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라는 문장이었는데.  시행착오가 반복하며 성장한다는 것이 현재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다. 요즘 심경이 매우 복잡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무엇보다도 일상 속에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과 내가 되새기며 읽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게 와닿기 때문이다. 


표지

 


 

중요한 건 그 모든 과정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꾸준히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겁니다.


데 메아 비타_나의 인생에 대하여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조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무엇 하나 명확히 답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살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메리툼이고 데펙투스인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곁가지를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내 안의 땅을 단단히 다지고 뿌리를 잘 내리고 나면 가지가 있는 것은 언제든 자라기 마련입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도 우트 데스
상호주의에 입각한 쌍방 간의 성실한 의무이행이 계약 체결 때문 아니라 계약 기간 내내 유지되어야 함.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더 큰 무엇을 놓치고 말았다는 허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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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s non indiget nostri, sed nos indigemus Dei.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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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앞의 것만 챙기고 감각적인 즐거움에 의존하여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매 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살아가라는 경구입니다.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2010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초급·중급 라틴어'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다. 서강대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신촌 대학가를 벗어난 지역 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 찾아와 늘 강의실이 만원이었던 저자의 강의 내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강의는 단순한 어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등을 포함해 오늘날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또한 저자가 유학 시절 경험했던 일들, 만난 사람들,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 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관계의 문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등 우리 삶에 맞닿아 있는 화두들이 함께 녹아 있어 단순한 라틴어 강의가 아닌 종합 인문 교양 수업에 가깝다. 한 예로, 라틴어 ‘도 우트 데스(Do ut Des)’는 ‘네가 주면 나도 준다’라는 뜻으로 로마법의 채권 계약에서 나온 법률적 개념이지만 저자는 이 말을 통해 과거 로마법상 계약의 기준이 되는 네 가지 도식에서부터 유럽의 세속주의와 상호주의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아가 상호주의 원칙이 흔들리는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이 개념이 왜 과거의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도 중요한지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와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화두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만드는 단초가 되어준다.
저자
한동일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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